순진한 고추잠자리 오색찬란한 색안경을 동그랗게 쓰고 비단결 날개를 하늘거리며 하체를 빨갛게 벗은 잠자리 아가씨들 온 동래를 비행하며 갸웃 거리며 여기가 메밀꽃 핀 내 고향인가? 원조 세상 부끄럼 모르는 꽃만 따라 향기만 따라 곱게 자란 메밀밭에 고추잠자리 홀딱 벗은 너는 그래서 아름답구나 나무에 찰싹 붙은 매미는 모두 나와 구경하라고 매앰매앰 왜가리 소리로 확성을 친다 하지만 잠자리는 부끄럼도 몰라 잠깐 구경 나온 멋쟁이 잠자리들 몸은 연약해도 낮에 고된 농부 잠 못 잘까봐 하루살이 모기들 없애 주는 공로자 말없이 보살핌에 농부는 편히 잠드네 좋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