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필 때

마음의 양식/부처님 곁으로

일타 큰스님 ...잘못쓴 기도의 힘

봄 향기 2018. 10. 6. 06:35

 

 

 

 

잘못쓴 기도의 힘 / 일타 큰스님


기도로 얻은 힘을 함부로 쓴 동월스님

기도를 하다 보면 이제까지 없었던 힘도 생기게 되고,
조그마한 깨달음이나  신통력을 얻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도로써 얻은 힘은 좋게 활용해야지
개인의 이익을 위해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먼저 이에 관한 두 편의 이야기를 살펴보고,
잘못된 삶을 바른 길로 인도한 기도영험담,
기도성취에 대한 의심을 제거하는 이야기 등을 함께 음미해 보도록 합시다.

해인사의 암자인 희랑대(希朗臺)는 예로부터 독성기도처(獨聖處)로

이름난 곳입니다.
이 곳에서 기도하여 부자가 된 사람의 이야기나,
독성의 현신(現身) 등이 화제가 되어 많은 기도객들이 계속 찾아 들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약 70년전,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일자무식의 동월(東月) 스님은
개인의 복을 기원하며 이 희랑대에서 열심히 기도하였습니다.
오직 '나반존자'만을 큰소리로 부르면서 복을 내려 주실 것을 빌고 또 빌었습니다.

이렇게 10여일을 기도하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깜빡 졸았고,
졸면서도 '나반존자'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홀연히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나 순식간에
입 안으로 탁 뛰어 들더니 뱃속까지 들어가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정신을 차려 눈을 번쩍 뜬 그는 정말
호랑이 한 마리를 통째로 집어삼킨 듯, 힘이 샘솟고 배가 든든함을 느꼈습니다.
동월스님은 희랑대 위의 바위로 가서 크게 한번 헛기침을 했습니다.

'어험-.'
그러자 앞산이 들썩하는 듯이 느껴졌습니다.
나반존자님께 기도하여 큰 힘을 얻었음을 확신한 동월스님은
뱃심이 생기자 마자 엉뚱한 욕심부터 생겼습니다.
'해인사 큰절의 주지가 되어야지.'
이제까지 일자무식의 소치로 다른 스님 앞에서
꼼짝 못하고 살았던 동월스님으로서는 너무나 뜻밖의 변화였습니다.

스님은 곧바로 해인사로 내려갔습니다.
마침 대중스님들이 모여 새 주지를 뽑고 있었는데,
동월스님이 '어험-'하면서 들어가자 모두가 깜짝 놀라는 것이었습니다.

"소승이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예.예."
대중스님들은 평소 무시했던 무식쟁이 동월스님의 기도 신력(神力)에 눌려
엉겁결에 무릎을 꿇고 굽신거렸습니다.

"주지를 멀리서 구할 것 없지요."
"예. 예. 스님께서 맡아 주십시오."
이렇게 하여 동월스님은 대본산 해인사의 주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당시의 주지는 월급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가진 것이 있어야 권리 또한 클 수가 있었습니다.

이에 동월스님은 해인사에서 가장 수입이 좋은 큰법당과
팔만대장경을 모신 장경각(藏經閣)의 노전(盧殿, 불공드리는 직책)까지
함께 맡았습니다.

해인사 최고의 권위를 상징하는 주지와 재물까지 많이 들어오는
큰 법당과 장경각의 노전을 맡은 것으로 만족을 하였더라면 좋았을텐데,
동월스님의 욕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당시 해인사 큰법당 뒤에는 큰 구리쇠 솥이 있었는데,
그 솥은 옛날 대장경판을 만들 때 나무와 소금을 함께 넣어 삶던
아주 초대형의 솥이었습니다.

그 솥을 팔고자 했던 동월스님은 절 밑 마을인 야로의 풀무장이를 불렀습니다.
"이 솥을 주면 쌀 몇 가마니를 줄거요?"
"열 가마니 드리지요."
"좋소."

그렇게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유물을 팔아 버린 날 밤,
동월스님은 오백나한들이 나타나서
밧줄로 자기 몸을 칭칭 감아 잡아당기는 꿈을 꾸었습니다.
잠에서 깨어나 '이상스럽다'고 생각하면서도,
떡국을 먹고 싶은 생각이 문득 일어났습니다.
동월스님이 화로에 냄비를 얹고 열심히 떡국을 끓이는 판인데,
밖에서 징소리 북소리가 꿍꽝꿍꽝 둥당둥당 나더니,

군가가 크게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주지스님 나오시오."
"노전대사 나오시오."
'왠 놈들이 아침부터 소란인가?'
동월스님이 방문을 열고 나가 보니,
가야산 안의 모든 대중스님들이 기세등등하게 모여 든 것입니다.

"절을 망하게 하는 주지를 더 이상 놓아둘 수는 없다.
대중스님네의 이름으로 산문출송(山門黜送)을 명하노니 즉시 나오너라."
산문출송은 큰 죄를 범한 승려의 승권(僧權)을 박탈하고
절에서 추방하는 전통적인 제도로서, 명고출송(鳴鼓黜送)이라고도 합니다.

곧 쫓겨나는 승려의 등에 북을 짊어지게 하고
그 북을 치면서 일주문 밖으로 쫓아내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여진 것입니다.
동월스님은 대중의 힘에 저항 한번 해보지 못하고 가야산 홍유동으로

쫓겨났습니다.


요즈음은 승려가 옷을 벗어도 먹고 살 길이 많지만,
당시만 하여도 절에서 쫓겨난 사람은 비승비속(非僧非俗)이라 하여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는 마침내 거지가 되어 이 집 저 집을 떠돌며 얻어 먹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날을 깊이 뉘우치며 한 푼 두 푼 돈을 모았고,
그 돈이 모이자 동판 1백장을 사다가 장경각 기둥 밑 쪽에 한장씩 붙였습니다.
비가 뿌려 나무기둥 밑을 썩게 만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약 20여년전 그 동판은 보기 흉하다는 이유로 모두 제거되었습니다만,
지금도 장경각 기둥에는 동판을 붙일 때 박았던 못의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 동월스님의 경우처럼, 기도를 하여 신력(神力)을 조금 얻었다고 해서
힘을 남용하여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지나친 욕심은 얻었던 복을 화로 바꾸어 놓습니다.

 
정말 슬기로운 사람이라면 모처럼 얻은 힘을 더욱
보람 있고 사람을 살리는 일에 써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도성취 후에도 항상 겸손한 자세로
스스로를 갈고 닦는 수행을 계속해야 합니다.

참선, 선행 등을 통하여 더욱 자신을 가꾸고
다른 사람을 살려가야 하는 것입니다.

 
명심하십시오.
불보살이나 선신(善神)은
언제나 우리의 선량한 마음과 함께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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