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필 때

사노라면/웃으며 살자

숙모를 속여서 먹을 취하다

봄 향기 2019. 10. 30. 04:57



 

숙모를 속여서 먹을 취하다

(詐叔母取墨)

조선에서 먹()의 생산지가

한 둘이 아니지만

해주(海州)

수양매월(首陽梅月)

최상품이다.



한 사람이 황해감사로

제수되어 나갔다가

임기를 마치고 판서로

승차하여 돌아오니,

.

그의 조카 중 숙부(판서)

지니고 온

(수양매월)

탐내는 자가 있었다.

.. 

조카는 판서에게 먹을

몇 개 나누어주기를

청하였으나 판서는

없다고 거절하니

조카는 유감을 가졌다.



뒷날 그는 숙부가 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숙모에게

은밀히 아뢰었다.

"숙부님께서 황해감사로

계셨을 때

두 기녀와 가까이 지내며

질탕하게 노셨다 합니다.

.

기녀의 이름이 한 명은

수양(首陽)이라 하옵고

다른 한 명은

매월(梅月)이랍니다.


 

숙부님께서는 한양으로

돌아오실 때

그 정을 잊지 못하고

두 기녀의 이름을

먹에 새겨 함 하나에

가득 넣어

가져 오셨답니다.

숙모님, 숙부님께서

가져오신 함을

열고 한 번 살펴보십시오."



숙모가 즉시 함을 열어보니,

함 가득한 것이 모두

수양(首陽)

매월(梅月)의 이름이

새겨진 먹이었다.

 .

숙모는 노기가 충천하여

함을 들어 마당에 던지니,

먹들이 땅에 흩어져 뒹굴었고

조카는 그 먹들 중 성한

것만 골라

절반 가까이 도포 소매

가득히 담아

가지고 돌아갔다.

 


저녁이 되어 밖에서

돌아온 판서는

먹을 담았던 함이 땅에

버려져 있는

것을 보고 무척 놀라 물으니

부인이 꾸짖었다.

.

"사랑했던 기녀들의 이름을

어째 손바닥에는

새겨오지 않고

먹에만 새겨오셨소?"

재상은 부인이 조카에게

속은 것을 알아채고

부인에게 말했다.



"해주 진산(鎭山) 이름이

수양인데,

그 산에서 나는 먹의 이름을

매월로

삼은 것은 오래 전부터요."

하고 변명하였으나,

부인은 그래도 믿지 못하여

쉬지 않고

질책해 대는지라 판서는

그 고통을 견딜 수 없었고,

이 이야기는 한 때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