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씨의 유래를 듣고 놀림을 멈추다.
고금소총 –113화
성씨의 유래를 듣고
놀림을 멈추다.
(聞姓由止戱弄)
어떤 마을에 정(鄭)씨와
명(明)씨가
이웃하여 살고 있었다.
.
순박한 농민들로서 다정하기
이를 데 없어 서로
욕 친구가 되었다.
.
그러던 어느 날 주막에서
명씨가
정씨에게 이렇게 놀렸다.
"여봐!
당나귀 나 좀 타고 가자고
다리가 아파서 죽겠어."
.
"이런 빌어먹을 자식 보게,
형님을 몰라보고 버릇없이
주둥아리를 놀리다니
경을칠..."
.
정씨는 명씨를 마땅히
짐승으로
놀리지 못해 고작 욕설만
할뿐이었다.
.
"허허,
그 친구 입버릇 한 번
고약하군.
그것도 모두 고약한 성을
가졌기 때문인가? "
.
정씨는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놀려줄 말이 없어서
안타까웠다.
어느날 정씨는 지나가는
탁발승(托鉢僧)을 만나
어찌하면 좋을지
하소연을 하게되었다.
.
그러자 탁발승은,
"지금 곧 명씨집으로
앞장서시오.
.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터이니..."
하므로 정씨는 뛸 듯이
기뻐 탁발승을 명씨집으로
안내하여 달려갔다.
.
이윽고 명씨가 정씨에게.
"이 사람 당나귀 아닌가?
.
그래 어쩐일인가?"
하고 놀리므로 적당히
둘러대는데
곧 탁발승이 들어오자
명씨는
심심하던 차에 불러들여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
"그래 대사님의 성은
무엇이오 ?"
하고 물었다.
.
"출가한 탁발승에게
속세에서 쓰던 성이
무슨 상관
있겠습니까마는,
.
소승의 성은 말씀드리기가
심히 부끄러운 성입니다."
"아니, 무슨 성이기에
말씀하시기가
난처하다는 거요?
혹시 쌍놈의 성이라도?"
"그런 게 아니오라,
성의 내력이 좀 고약해서..."
.
"어서 그 내력 좀 들어봅시다."
"실은 소승의 모친이 행실이
좋지 못해서 불공드린다고 절에
가서는 일정사 스님과
월정사 스님을
번갈아 가며 관계를
가졌더랍니다.
.
그래서 저를 낳게
되었다더군요.
그런데 어머니 자신도
내가 누구의 자식인지
알 수 없었으므로
할수 없이
일정사의 일(日)과
월정사의(月)자를 따서
한데 어울려 명(明)가라는
성을 만들어
소승의 성으로 정했다고
하더이다."
.
탁발승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명(明)씨는
점점 얼굴이 창백해지고
숨소리를 씨근거렸다.
.
그 후로부터 명씨는
길에서나 주막에서
정씨를 만나도
놀리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환절기에 건강관리 잘하시고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